러브 앤 트러블

 브리트니 머피라는 배우를 꽤 좋아해. 물론 내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그녀의 이미지는 영화 속 모습이 아니라 에미넴의 공연을 보며 두개의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며 춤추는 모습이지만. 어쨋든 그런 브리트니 머피가 원톱으로 광고되어 있어 보고 싶었던 영화였어. 
 보그, 브런치, 동거, 섹스, 게이 등 "온스타일" 채널의 소재를 사용한 트렌디한 로맨틱코미디 영화야. 배경은 런던. 언젠가부터 "쿨한 섹스는 뉴욕, 귀여운 로맨스는 런던"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져가고 있는 듯 하지않아?

 우선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소재이자 관계의 축이 "게이 이야기"야.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사실 거기서 끝날 것 같지만)     

 게이 친구에 대한 로망 - 우선 '여자의 로망'(?)이란 것이 변했다는 것에 일단은 박수쳐.

 확실히 동거하는 게이 친구가 여자의 로망-이 표현은 러브앤트러블의 광고 찌라시에서 그대로 빼껴왔어-으로 자리 잡은 듯해. 이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내 주위를 봐도 많은 친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아. 옛날의 여자의 로망이라면 "백마탄 왕자님"이었을텐데, 그 로망이 말통하고 자상한 게이친구로 변해가는 것 같아 그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해. 물론, 틀림없이 "그 두가지가 모두 로망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은 변해간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게. 이 영화에서도 백마탄 왕자님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잖아.

 백마탄 왕자님과 게이 친구 사이에는 여성을 사회의 수동적 존재로 보느냐 능동적 존재로 보느냐는 문제가 깔려있다고 생각해. 백마탄 왕자님은 여성을 굉장히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인물로 만들지. 물론 게이 친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고, 의논하지만 거기까지야.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 나가. 무언가를 "책임지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지. (사실 우리가 흔히 쓰는 그 책임은 "소유"를 의미한다 생각하지만) 다시말해, 왕자님의 와이프가 아니라 나 자신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이를 반영한 영화의 관계 설정에 기꺼이 박수를 쳐. 

 더구나 '게이'는 남성우월적이고 성억압적인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로서 여성과 같이 피해받고 있으며, 또 그렇기 때문에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그 것을 바탕으로 같이 싸울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좋아, 거기까지는 좋다구.

 하지만 로망은 로망일 뿐이라는 것 알지?

 이해해. 능력도 개뿔 없으면서 단순히 남자라는 이유로 여성을 지배하려는 득실거리는 마초들이 진절머리 나겠지. 나도 그런 사람 만날 때마다 화딱지가 나는걸. 그치만 이건 좀 심하잖아. 피곤에 지쳐 돌아오면 구두를 벗겨주고 발마사지를 해주는 친구라니. 문제가 있을 때 상담하면 마음이 너무나 잘 전달되고, 고민이 해결되고, 거기다 잘생긴데다 패셔너블하고 예술적 능력까지 있어.  헉.. 정말 게이 친구는 다 그럴거라 생각하는거야?

 물론 많은 게이들이 위에서 말했듯이 남성우월적 사회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그 논리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고민을 잘 들어주고 잘 해결해줄거라 생각하는거야? 마음에 맞는 친구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피곤에 지쳐 돌아오는 친구의 구두를 벗겨주며 발마사지를 해주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거라 생각해? 게이는 다 그럴꺼라고? 성적인 취향이 다른 사람들일 뿐이야. 촌스런 게이도 있고, 못생긴 게이도 있고, 예술가가 아니라 공장에서 일하는 게이도 있어. 아니 오히려 잘생긴데다 패셔너블하고 예술적 능력이 있는데다 고민 상담 전문가에 발마사지를 사랑하는 게이가 훨씬 적을걸?   
  
 그 로망이 때로는 폭력이 되기도 하거든.

 "로망인데 뭐 어때."라 얘기하면 할 말은 없어.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뭐라 꼬집기도 사실 그래. 남성에 대한 환상, 여성에 대한 환상과 마찬가지로 게이에 대한 환상도 틀림없이 있고 그 것을 이용하여 만드는 것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니깐. 
 
 하지만 난 그런 게이에 대한 인식이 하나의 문화로 굳어져가는 것이 염려스럽다는거지.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이미지로 굳어가고 있어. 게이의 문화가 패셔너블하고 예술적 재능이 있고 돈 있는 사람들 위주의 문화로 고정될 때, 그렇지 못한채 배제되는 성적 소수자들은 어떨까? 그들은 남성 우월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편견 외에 또 다른 편견으로 억압받는다는거지. 그렇기 때문에 성적 소수자의 문제는 보다 억압받는 사람들 측면에서 억압받는 면을 꼬집는 쪽으로 나아가야한다 생각해. 남성우월적 논리와 마초들이 만들어내는 편견이 만들어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또 다른 편견을 만들어내는건 분명 잘못된거잖아.

 난 문화 전체를 비판하는거지 이 영화만 꼭집어 그 자체를 비판하는건 아니야. 남성에 대한 환상과 여성에 대한 환상으로 만들어지는 로맨틱코미디영화가 게이에 대해서만 리얼리티를 가져야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웃기니깐. 하지만 우리는 그 환상이 환상으로만 그치치 않는다는 것을, 영화 등과 같은 매체가 세뇌하는 환상이 현실에서 폭력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거야.

 
'게이문화'에 대해 할말이 많아서 이래저래 말이 길어졌는데 어쨋든 영화는 꽤 괜찮어.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있어.) 특히 앞에서 말했듯이 백마탄 왕자가 배제된 영화라는 측면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사실 백마탄 왕자 이야기는 이제 신물이 나잖아? 더구나 백마탄 왕자에 대한 환상이 전혀 없는 나로선 정말 지겨운데 다행히 거기서 벗어나서 재미있었어. 

 남자 주인공의 추방을 막기 위해 리바이스에서 흰 티셔츠와 흰 바지를 사입고 서둘러 결혼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로맨스 영화의 결혼식 엔딩을 우습게 만들어버려서 통쾌했어. 이제까지의 로맨틱 영화를 아주 본격적으로 비틀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기존의 로맨틱 영화를 비트는 장면들이 꽤 있고, 충분히 유쾌해. 게이에 대해서 불쾌하게 희화화한 장면도 없는 것 같고. 위트도 넘치고,

 배경이 참 이뻐. 런던의 좁은 거리와 택시, 자동차들이 옛날 로맨틱 영화를 보는 듯이 아담하고 정겨워. 음악도 영화의 아주 유용한 도구로 잘 쓰이고 있어. 더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난 온스타일식의 트렌디한 소재를 이용한 로맨틱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한단 말이지.
 
 머피 누나의 12센치(넘나?)하이힐 탱고는 내가 뽑은 최고의 씬.

 하지만 브리트니 머피 누나. 햅번은 좀...ㅠㅠ

by 티케이 | 2007/06/19 01:13 | TK's Review | 트랙백 | 덧글(0)
6월 15일, 세번째 이야기.

그리고 세번째 이야기;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해질녘, 라이브 음악이 들리는 덕수궁 돌담길 이야기.

(6월 15일은 참 이뻤지만 우리는 다리가 좀 아팠어.^^)

by 티케이 | 2007/06/18 01:03 | TK's Diary | 트랙백(4) | 덧글(0)